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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loan)

마이너스통장, 급할 때 쓰되 습관 되면 '큰일'

마통, 비교적 낮은 금리로 아무 때나 꺼내쓰는 장점
편한 만큼 상환 게을러질 수 있어 소비습관부터 다져야
건별 아닌 대출잔액 기준 금리 적용, 빚 쌓일 수도
“사회초년생은 마이너스통장을 가급적 안 만드는 게 좋다.”

수년 동안 고객들을 관리해온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이렇게 잘라 말했다. 큰 대출을 받고 원리금 상환을 해본 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사회초년생이 마이너스통장을 만들면 빚만 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이 PB는 마이너스통장은 어디까지나 ‘통장’이 아닌 ‘대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마이너스통장은 용어부터 헷갈린다. 통장에는 돈이 들어있거나 아예 돈이 없는 상태로 둘 중 하나인데,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통장 잔액이 ‘마이너스’ 상태라니 착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마이너스통장은 통장보다는 대출의 개념으로 보는 게 맞다. 대출은 본인에게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런데도 마이너스통장이 ‘통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본인의 입출금통장에서 돈을 빼 쓰는 것처럼 간편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해서 마이너스통장은, 계좌에 신용대출 한도를 미리 설정해놓고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그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빼서 쓸 수 있는 대출상품이다. 마이너스통장의 대출한도를 예금통장의 잔액으로 비유해서 보면 된다.

마이너스통장 상품 가입조건은 까다롭지 않다. 일단 은행마다 조금씩 상이하지만 기본적으로 4대 보험이 가입된 사업장에서 최소 6개월 이상 근무경력이 있어야 한다. 이어 신용등급은 적어도 5~6등급 이상이 돼야 한다. 가입을 원하면 재직증명서, 소득증빙서류 등 서류와 급여통장과 신분증을 들고 은행지점을 찾으면 되고, 최근엔 비대면으로도 가입이 가능하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은 다른 서류 없이 공인인증서만 등록해놓으면 가입할 수 있다. 마이너스통장의 대출금리와 대출한도는 개인신용등급에 따라 결정된다

마이너스통장의 가장 큰 장점은 소비자가 원하면 대출심사 없이 언제든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급전이 필요한 상황인데 은행으로부터 개인신용대출을 받으려면 심사를 걸쳐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급하게 카드론이나 제2금융권 대출을 받으면 고금리를 물게 될뿐더러 개인 신용등급에 타격을 받는다. 그러니 미리 대출한도를 정해놓으면 별도의 건별 대출심사 없이, 그것도 비교적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점이 직장인, 자영업자, 주부 등에게 매력으로 다가온다.


또 마이너스통장은 쓴 만큼만 이자를 내면 된다. 예컨대 3,000만원 한도에 5% 금리인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한 소비자가 100만원을 꺼내 썼다면 이에 대한 이자는 100만원의 5%인 5만원이다. 즉 대출한도와 관계없이 돈을 꺼낼 때마다 그에 맞게 이자를 내면 되는 것이다. 이어 다른 일반 개인신용대출과 달리 중도상환수수료(중도에 돈을 갚으면 내야 하는 수수료)도 없어 아무 때나 돈을 갚아내면 된다는 것도 이득이다.

다만 이 모든 장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 돼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우선 쓴 만큼만 이자를 내고 기회가 되면 아무 때나 돈을 갚을 수 있다는 편리성이 오히려 소비자가 상환을 게으르게 만들 수 있다. 편하게 돈을 빌리면 갚는 데 신경을 덜 쓰게 된다는 심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회초년생 중 경제적 개념이나 소비습관이 적절히 잡히지 않은 경우에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놓으면 무분별한 소비가 발생할 수 있다”며 “마이너스통장은 잘못 사용하면 부채만 늘어나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마이너스통장의 금리가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금리보다 낮은 건 사실이지만 일반 개인신용대출보다는 통상 0.5%포인트가 더 높다. 전국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시중은행 마이너스통장 평균금리를 살펴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KB국민은행은 4.46%, 우리은행 3.95%, NH농협은행 4.03% 등이다. 급전이 필요할 때 찾는 2금융권의 대출상품이 10~20%인 것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다. 한편 같은 기준으로 시중은행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를 보면 KB국민은행이 3.96%, 우리은행 3.84%, NH농협은행 3.87%다.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일반신용대출 금리보다 높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우대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소비자가 다니는 회사의 주거래은행, 또는 소비자 본인의 주거래은행을 통해 마이너스통장을 만들면 약간의 우대금리 혜택이 있으니 알아보면 좋다.

우대금리까지 받는다면 마이너스통장의 대출금리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는 게 사실이지만, 여기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뺄수록 금리는 더 높게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금리 책정 시 건별 대출금액이 아닌 마이너스통장의 대출잔액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매일 대출잔액을 새로 기준으로 해서 돈을 안 갚으며 계속 대출을 하면 금리 부담이 누적된다”고 설명했다. 낮은 금리만 믿고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야금야금 빼고 상환을 게을리 하다가 결국 빚만 쌓인다는 경고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을 만들면 대출을 받은 것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이후 다른 대출을 받을 때 영향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3,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놓으면 나중에 본인이 1억원의 개인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음에도 3,000만원을 뺀 7,000만원만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끝으로 마이너스통장을 만들 생각이면 주거래은행 한곳에서만 만드는 게 좋다. 어느 대출이나 마찬가지지만 여러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대출을 받으면 다중채무자가 되기 때문이다.

급전이 필요할 때만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고, 돈이 생기면 바로바로 마이너스통장에 돈을 채워넣어야만 합리적으로 이 대출상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황영지 신한은행 PWM이촌동센터 팀장은 “일시적으로 적은 금액의 급전이 필요하면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할 수 있지만 큰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금리가 더 낮은 일반신용대출을 이용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황 팀장은 “사회초년생은 매달 월급을 받으면 그중 반은 저축하는 습관을 쌓는 게 제일 좋다”며 “마이너스통장이 있으면 심리적 여유가 생기다 보니 소비가 늘어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서울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