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성장소설` 열풍‥ 청춘과 작별하기까지 고단했던 내 삶의 이야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성장의 아릿한 아픔과 짜릿한 기쁨을 다룬 소설들이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황석영씨의 신작 장편소설 《개밥바라기별》(문학동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성장소설로 주인공 준과 친구들의 성장통을 함께 다루고 있다. 문예상을 받은 '문학소년' 준이 고등학교 자퇴,무전여행,일용직 노동자의 삶 등을 거치고 4ㆍ19,한ㆍ일회담 반대 시위,베트남 파병 등 한국 현대사를 통과하는 모습이 기둥 줄거리.준은 사춘기부터 20대 초반까지 성장하면서 "나는 그 순간에 회한 덩어리였던 나의 청춘과 작별하면서,내가 얼마나 그때를 사랑했는가를 깨달았다"고 말한다. 인터넷 포털 블로그에 5개월 동안의 연재를 거쳐 이달 초 출간된 이 작품은 지금까지 8만부 이상 팔리며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최인호씨의 《머저리 클럽》(랜덤하우스)도 작가의 청소년기를 반영한 성장소설이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고등학교 친구 6명이 펼치는 '그때 그 이야기'를 담았다. '머저리 클럽'을 결성한 단짝 6명은 무전취식을 일삼다 붙잡혀 정학을 당하는 등 악동짓을 일삼기도 하고,한 여학생을 놓고 두 명이 묘한 삼각관계를 이루는 첫사랑을 경험하기도 한다. 고등학생이어서 할 수 없는 일을 향한 갈망과 고등학생이어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치기가 유쾌하게 그려진다. 고통과 설렘,기대와 두려움이 뒤범벅된 고등학교 시절을 졸업과 함께 마무리하면서 이들은 어른이 되는 준비선상에 선다. 최씨는 서문에서 학창시절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어떤 성스러운 시간'에 비유했다.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김려령씨의 《완득이》(창비)도 눈길을 끈다. 열일곱 고등학생 완득이의 가정환경은 다소 평범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아버지는 난쟁이고 베트남인 어머니는 가출했다. 완득이는 공부에 별반 취미가 없다. 굳이 특기를 꼽자면 싸움이다. 이런 완득이가 대책없어 보이는 교사 똥주와 얽히고,킥복싱을 배우고,어머니와 재회하면서 조금씩 성장해간다.

김형경씨의 장편소설 《꽃피는 고래》(창비)의 주인공도 열일곱 청소년이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소녀 니은이는 아버지의 고향 처용포에서 육친 상실의 고통을 곱씹는다. 주변 사람들의 살뜰한 정에도 쉽사리 고통을 극복하지 못한 소녀,니은이가 결국 슬픔을 가다듬고 일어서는 모습을 다룬 작품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문학과지성사)와 《스타일》(위즈덤하우스)은 어린이나 10대가 주인공인 전형적 성장소설과는 거리가 있지만,작품 전반에 20대와 30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성장 모티브가 깔려 있다. 직장생활과 연애에 고군분투하는 《달콤한 나의 도시》의 주인공 오은수,돈도 사랑도 뜻대로 풀리지 않고 일에 몰두한 결과도 시원치 않아 사표를 몇 번씩 써보는 《스타일》의 직장생활 8년차 이서정.이들이 살아 나가고 나름대로 극복 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면 '어른들의 성장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해외에서 온 성장소설도 있다. 《리버 보이》로 잘 알려진 영국 작가 팀 보울러의 성장소설 《스쿼시》(다산책방)는 스쿼시에 재능있는 소년 제이미의 이야기다. 세계 스쿼시 챔피언이 되길 바라는 아버지와 치열한 경쟁에 치이던 제이미에게 미래는 불안이다. 그렇다고 스쿼시를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러던 중 정체불명의 소녀를 만난 제이미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깨달아가며 점점 강해진다. 불투명한 미래지만,다시 일어서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포기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고지혜 인터파크 소설 북마스터는 "올해 초부터 성장소설 출간이 문학계의 트렌드가 됐다"며 "예전에는 30~40대가 힘들어 했다면 지금은 그 연령대가 낮아져 10~20대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성장소설을 찾고 공감하는 독자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청소년 권장 도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의 좋은책선정위원회는 독서의 계절을 맞아 《수난의 문화재:이를 지켜낸 인물 이야기》(문화재청 엮음,눌와) 등‘청소년 권장도서’40종을발표했다,위원회는 청소년들의 인격 형성과 지적 성장을 돕기 위해 초ㆍ중ㆍ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분야별 권장도서 목록을 분기별로 추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