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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바리데기

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창비, (2007)

단숨에 읽어버린 한국 소설입니다. 황석영의 최근작으로 한겨레 신문에 연재된 소설인데 창비에서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집에서 한겨레를 보는 관계로 처음 연재될 때 스크랩까지 하면서 읽기 시작햇는데 몇번 빼먹고 게으름에 중도에 포기하게 되고 단행본으로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그 후에도 회사일 바쁘고 차일 피일 미루다가 이번에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잡자마자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개인적으로 황석영은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로 생각합니다. 그의 소설은 우리 문학이 다다를 수 있는, 우리 말과 우리 민족 혼을 묘사한 최고로 칩니다. 예전 소설도 좋지만 최근에 나온 《오래된 정원》, 《손님》은 정말 다른 작가들과 비교를 불허한다고나 할까요?

바리데기는 "바리공주 이야기"라는 우리 민담을 모티브로 한 탈북 소녀의 삶과 여정을 그린 소설로 다분히 설화적 구조와 판타지에 가까운 환상성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바리공주 이야기는 한 왕의 7번째 딸로 태어나 아버지에게 또 딸이라는 이유로 버려졌다가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나 결국 아무도 구할 수 없는 서천에서 생명수를 가져와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구원하는 이야기입니다.
황석영은 이 바리공주 설화를 한 청진 출신의 탈북소녀 바리에게 대입합니다.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심각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생략하겠습니다. 조금 특별한 능력이 있는 탈북소녀 바리가 중국을 거쳐 영국으로 밀항하게 되고 무슬림 청년과 결혼한다는 것까지만 말하겠습니다.  그 특별한 소녀 바리의 눈으로 세계의 모순과 비참한 민족들, 핍박받는 민중의 구원의 문제를 다루는데 정말 한 페이지 한페이지가 가슴을 져미게 만듭니다.

우리 민족의 문제에서 벗어나 전 세계적인 인류의 절망과 분열, 전쟁과 테러, 종교와 이데올로기의 대립에서 구원과 치유, 용서와 화해의 문제를 제기하는 작가의 힘에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출근길 버스안에서 읽다가 창피하게 눈물이 나오기도 했구요....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땐 무언가 한 대 맞은 듯...그냥 가슴이 아려오더군요.

황석영 이 양반... 사람의 가슴을 이렇게 후벼파도 되는지...

배경이 북한에서 시작하는 만큼 구수한 함경도 사투리가 많이 나오고 또한 우리 설화 바리공주 이야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그만큼 감동이 큰 소설이기에 잘 번역되었다고 할 지라도 과연 소설의 그 참맛을 살릴 수 있을 지 의문이 들지만... 그래도 이 소설의 감동이 외국인들에게도 그대로 전해 질 수 만 있다면 정말 전 세계적으로 명작으로 남을 거 같다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혹시 압니까? 이 작품으로 황석영에게 노벨 문학상의 영광일 돌아 올지....

정말 오랜만에 추천할 만한 우리 소설입니다.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