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바람의 화원 줄거리

편성정보 : SBS (수, 목) 오후 09:55~  
제작사 : 드라마하우스, 아이에스플러스코프
제작진 : 장태유 연출, 이은영 작가
9월 24일(수) 밤 9시 55분 첫 방송!



예고편은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시청을 유도하는 묘미가 있다. 짧게는 1분, 길게는 3분 정도에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과 갈등구조, 앞으로 벌어질 사건까지 함축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본편보다 예고편 만들기가 더 어렵고 신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바람의 화원> 예고편들은 한결같이 시선(視線)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세번째 예고편에서도 김홍도와 신윤복 두 사람의 시선이 엇갈리면서 두 화인(畵人)의 입장을 간략하게 담고 있다. 다소 까칠하고 자신만의 세계가 굳건해 보이는 홍도의 눈에 비친 윤복은 맑음 그 자체이다. 어쩌면 윤복의 눈동자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투명하기 때문에 깨지기 쉬운 윤복을 조심스레 바라봤을까.  "깊은 눈을 가진 아이를 만났습니다. 그 아이를 통해 또다른 세상을  보았습니다."이라고 나직하게 말하는 홍도의 목소리 위로 왜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는지 알 수 없다는 듯 의아해 하는 윤복의 표정이 겹쳐진다.


홍도의 눈빛이 조금은 마뜩치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것은 윤복을 남자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하리라. 홍도의 눈에 비친 윤복은 소년인데 사실 윤복은 여인이다. 간간이 보여진 어여쁘게 단장하고 그네를 뛰는 모습은 여느 처자들과 다를 게 없다. 남장을 벗어버리면 그렇게 청춘을 빛낼 수 있는 윤복. 그녀의 시선에 비친 홍도는 홍도의 시선 속 윤복보다는 조금 모호해 보인다. 조용히 그녀를 바라봐주는 넉넉함 정도라고 할까. 아무튼 "처음으로 날 알아주는 사람을 그 사람과 함께 세상을 그리고 싶습니다."라는 윤복의 나레이션은 소설 <바람의 화원>과 다른 두 사람의 관계를 암시하는 게 아닌가 싶다. 소설에서 윤복은 자기가 풀어야 할 문제의 답을 위해 집중하는 쪽이었다. 홍도의 감정이 일방적이라고 읽힐 만큼 윤복은 관계에 대해서 너무도 건조하고 오히려 쉽게 떨치고 나갈 수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소설과는 궤를 달리 할 것처럼 보이는 것이 예고편 마지막 장면에서도 홍도의 시선에 눈물을 흘리는 윤복의 모습을 비춰준다. 개인적으로 불만이었던 것 중의 하나가 윤복이라는 인물이 탐색을 위해서만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만큼 감정 변화가 안 읽힌다는 점이었다. 한 기사에서 문근영씨가 자신의 역할을 소설 속 윤복보다 더 밝다고 말했는데, 그 기사에 힘입어 드라마에서 표현될 윤복은 좀더 입체적이었으면 하는 기대가 생긴다. 목적을 위해서만 앞으로 나가는 것보다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홍도의 시선에 여인으로서의 호기심과 이끌림도 있는, 살아있는 윤복을 보고 싶어진다.


예고편 중간중간에 보여진 그림에 대해서 말해보자. 주인공들이 화인들이고 그림에 얽힌 에피소드가 많기 때문에 시선과 마음은 그림으로 표현된다. 카메라는 종이 위에서 흘러가거나 머무는 붓의 방향을 좇아간다. 또한 하나의 붓과 또다른 붓이 엇갈리면서 굴곡을 만들어내고, 종이에 먹이 스며들거나 튀고 선과 선이 겹쳐서 보여주는 새로운 이미지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나의 선이 단아한 눈썹을 낳고 하나의 점이 머루처럼 말간 눈동자를 만들기도 한다. 작은 샘이 시내로 흘러들고 그것이 다시 강물로 섞여들면서 유려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아주 사소한 마음과 시선들은 부지불식간에 감당할 수 없는 울림으로 발견될 때도 있다. 아울러 두 개의 붓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곡선을 이어가는 장면은 시선과 마음이 끊어질듯 끊어지지 않는 인연으로 만나거나 윤복의 나레이션처럼 서로를 제대로 읽어주는 지음(知音)을 형상화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예고편이기 때문에 그림의 일부만 보여주었는데 본편에서 제대로 보여질 그림이 꽤나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림과 인물 심리의 병치도 드라마에서 계속 나올지 지켜보리라.




세번째 예고편은 영상과 음악이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홍도와 윤복, 두 주인공의 애틋한 러브라인을 보여준다. 사실 원작소설을 읽지 않고 예고편만으로 이 드라마를 접하는 사람들은 <바람의 화원>의 주조(主潮)를 홍도와 윤복의 로맨스 쪽으로 볼지도 모르겠다. 소설에서는 살인사건에 방점이 찍혀 있고 그림을 통해 범인을 좇는 게 하나의 큰 축으로 제시되어 있다. 물론 중간중간 홍도의 윤복에 대한 감정도 나오고 윤복과 정향, 그리고 김조년 사이의 갈등도 보인다. 윤복의 그림자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영복의 이야기나 홍도와 윤복을 알아보고 그들의 강력한 후원자가 되어준 정조의 이야기도 자리한다. 드라마가 시작되면 그런 이야기들이 실타래 풀어가듯 이어지리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두번째 예고편에서 홍도와 윤복 사이의 미묘한 기류로 시청자들을 낚아준 걸처럼 세번째 예고편에서는 미스테리나 갈등 구조로 또다른 시청자들을 끌어들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이 있다. 제작진의 깊은 의도가 어디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람의 화원>이 '잔잔하고 애틋한' 톤으로만 읽히지 않았으면 한다. 화인들과 그림, 그리고 어긋난 시선이라는 소재들은 분명 서정적인 울림을 주지만, 원텍스트가 되는 소설을 들여다보면 음모와 갈등, 탐색과 문제 해결 같은 코드도 있지 않은가. 지금으로서는 드라마가 시선과 마음에 관한 서정성과 함께 냉혹하면서도 건조한 현실이랄지 욕망의 뒤틀림을 보여주는 역동적인 텍스트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바람의 화원>의 뚜껑이 열려 비밀이 공개될 때만 기다려야 할 시간이다. 예고편의 맛보기가 전부가 아닌, 제작진들과 배우들이 만들어갈 그 세계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