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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원 이해인수녀에게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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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수 신창원, 이해인 수녀에게 옥중편지




'탈옥수' 신창원, 암 투병 이해인 수녀에 편지
청송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인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41)이 암 투병 중인 이해인(63) 수녀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해인 수녀와 2002년부터 편지를 주고 받은 신창원은 이 수녀의 신작 시집 ‘엄마’(샘터)를 읽고 뒤늦게 수녀의 병을 알았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하며 슬픔과 안타까움을 시적으로 고백했다.

‘이모님께

새장 같은 공간, 그리고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 나약한 의지를 어찌할 수 없는 장벽 앞에서 절망하며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을 때, 바삐 날아온 사랑이 있었습니다. 꼬물꼬물 길게 늘어진 날필을 해독할 수 없어 암호를 풀 듯 30분을 매달려야만 했지요. 35년이 흘러 지금은 희미해져 버린 어머니의 향기 그리고 요람 같은 포근한 가슴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홍역을 앓듯 마음의 몸살을 앓을 때면 마치 곁에서 지켜보고 계셨던 것처럼 한 걸음에 달려오셨지요.

“사랑해요, 창원이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 알죠? 우리 모두 기도하며 응원하고 있으니까 힘내요.” 이모님은 때론 어머니처럼, 때론 친구처럼 그렇게 그렇게 저의 공간을 방문하여 손을 내미셨습니다. 마을 중앙에서 두 팔 벌린 당산나무 같은 이모님. 따가운 햇살을 온몸으로 막아 삶에 지친 영혼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수호수.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심정으로 내리사랑만 베푸시다 지금은 알을 품은 펭귄의 헤진 가슴으로 홀로 추운 겨울을 맞고 계시는 군요.

처음 이모님의 병상소식을 접했을 땐 눈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울지 않아요. 걱정도 하지 않을 겁니다. 해빙이 되고 들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면 밝게 웃으시며 풍성한 품으로 절 부르실 걸 알기에 조용히 조용히 봄을 기다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2008년 9월 푸른 솔밭에서.’

신창원은 1997년 1월 부산 교도소를 탈옥, 신출귀몰한 도피행각을 벌이다 2년반 만인 99년 7월 경찰에 붙잡혔다. 수감 중인 2004년 중·고졸 검정고시에 연이어 합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