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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기전'…'강국의 꿈'

팩션 스펙터클 '신기전'…'강국의 꿈' 경쾌하게 풀어낸 블록버스트 사극
'와일드 카드' 김유진 감독 오락적 요소 풍부
설주 역 정재영 연기 폭 넓혀 한은정 기대 이상 호연

 
  영화 '신기전' 주연 배우들.왼쪽부터 안성기 정재영 허준호 한은정.


세종대왕이 완성한 세계 최초의 로켓화포인 신기전을 소재로 만든 영화 '신기전'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CGV 에서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신기전이라는 실재했던 소재에 상상력을 가미해 만들어진 팩션 스펙터클 장르의 이 영화는 소재와 주제는 묵직하지만 개성 있는 캐릭터,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 시의적절한 유머로 그 무거움을 덜어냈다. '약속' '와일드 카드' 등을 연출한 20여 년 관록의 김유진 감독은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영화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락적 요소가 풍부했다.

1448년, 세종 30년. 절대 강국을 꿈꾸던 세종은 비밀리에 로켓화포인 신기전 제작을 추진하고 이를 눈치 챈 명나라 황실은 극비리에 화포연구소를 습격한다. 연구소 도감은 신기전 개발의 모든 것을 담은 '총통등록'을 외동딸 홍리(한은정)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완성 직전의 신기전과 함께 자폭한다. 홍리는 내금위장 창강(허준호)의 주선으로 부보상단 행수인 설주(정재영)의 집에 머문다. 설주는 홍리를 습격한 자객으로 인해 부하들이 다치게되자 창강에게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창강은 신기전의 비밀을 말해주며 설주에게 홍리를 도와 신기전을 완성해줄 것을 부탁한다. 설주는 고려 말 화약 제조장이었던 아버지가 역적으로 몰려 죽음을 당한 아픔 때문에 창강의 제안을 거부하지만 무역 거래로 인한 손실을 막아주는 조건으로 신기전 제작에 참여한다. 명나라는 자객이 빼앗아 온 총통등록을 통해 조선이 신무기 개발을 도모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압록강까지 10만 대군을 이끌고 온다. 세종(안성기)은 어쩔 수 없이 홍리를 명나라에 돌려보낸다는 결정을 내리고, 설주는 이에 분개한다.

134분의 긴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는 것은 김유진 감독의 명쾌한 연출력 덕분이다. 상단 행수 설주는 지위에 어울리지 않게 틈만 나면 코믹해지며 조선시대 여성 과학자라고 할 수 있는 홍리는 당차고 똑부러지는 캐릭터로 그동안 사극에서 보여졌던 여성 캐릭터와는 차별화된다. 설주와 홍리의 신경전과 그런 가운데 생겨나는 애틋한 감정도 경쾌하게 묘사된다.

 
  신기전
장진 감독의 페르소나로 잘 알려진 정재영은 '신기전'을 통해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동치성'(장진 감독 작품에서 항상 맡아 온 캐릭터)과 같은 착하고 순한 남자뿐만 아니라 천연덕스럽다가도 액션에서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설주 같은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도시적인 외모의 한은정은 사극과 어울리지 않아보이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들였다. 극중 창강으로 출연하는 허준호는 시사회가 시작되기 전 "선조들의 위대한 업적을 다룬 이 영화가 알량한 민족주의로 폄하되는 것이 안타깝다"라며 "자랑스러운 작품에 출연하게 돼 영광"이라는 말로 영화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신기전'은 '부정적이지 않은' 민족주의 영화이다. 중국 사신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을 당하는 세종대왕과 세자 그리고 명나라 황실 후궁의 환관에게까지 공물을 보내고 공녀를 바쳐야 했던 역사 속 사실에 대한 분개는 묘하게도 오늘날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후반부에서 명나라 군사들을 향해 신기전이 속 시원하게 퍼부어지는 장면이 통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맡은 이만희 작가는 "신기전 소재 개발을 위해 조선시대 외교문서를 읽어내려가다 '발칙한 조선은 듣거라'라는 대목에서 피가 거꾸로 치솟았다. 신기전은 울분으로 쓴 작품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9월 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